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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rcaea/스토리/Act I-III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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=====# F-6 #===== >히카리의 이성이 판단한다. 원한다면... 싸움을 끝내는 대신 영원히 이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. > >다시 검을 역수로 쥐고 땅에 박아 넣으면 이 유리 벽들은 날아갈 것이고, 타이리츠 또한 쉽게 날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. > >그럴 터였는데, 어째서? > >타이리츠의 손이 부드럽게 오른쪽 뺨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끼자... > >검은 옷을 입은 소녀의 것임이 분명한 육체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... > >어째서, 검을 위로 들어 그 가슴을 찔러버린 것일까? >---- >[[파일:Arcaea/Story/F-6.webp]] >---- >격렬하게 타오르는 감정이 검을 밀어 넣었다. 시야의 한편으로 타이리츠의 손에서 검은 물체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. > >타이리츠의 오른팔이 고통에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. > >천천히, 눈부신 광채가 그 빛을 더해갔다. 현실을 벗어난 듯 기묘한 빛깔. > >살고 싶다 울부짖는 듯한 비명이 소녀의 생명력을 앗아갔다. >대지를 울리는 그 외침이 타이리츠의 몸을 타고 흘렀다. > >그리고 침묵했다. > >소리와 함께, 소녀의 생명이 멎었다. > > > >유리의 검이 소녀의 몸을 꿰뚫어 파고들자마자 타이리츠의 피와 생명력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워 자신을 채우더니, > >이윽고 갈라지고 깨지며 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지기 시작했다. > >타이리츠의 생명이 완전히 꺼지고, 그 몸이 쓰러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. > >반사적으로 히카리는 자신의 뺨 위에 올려져있던 타이리츠의 손을 잡았다. > >그곳에 타이리츠는 없었다. 싸늘한 주검만이 남아있을 뿐. > >그럼에도... 부서져가는 검을 잡은 히카리의 손끝에 온기가 감돌았다. > >다른 쪽 손을 잡은 타이리츠의 손에서 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느껴졌다. > >검은 소녀의 발이 땅에 닿았다. 그 차가운 몸을 지탱하는 것은 히카리의 따뜻하고 축축한 손뿐. > >감은 눈. 이제는 풀려버린 찡그렸던 미간... >그렇게, 평화를 찾지 못한 채, 타이리츠는 죽었다. > >그리고, 아직 뜨인 눈과 뛰는 심장을 지닌 히카리는, 이제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. > >타이리츠를 받치던 왼손을 천천히 빼자 시체가 쓰러지기 시작했다. > >히카리는 이제는 생기가 감돌지 않는 그 손을 세게 꽉 잡았다. >눈이 점점 크게 뜨였다. 이윽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무릎을 꿇은 자세가 되었다. > >움직이지 않는 타이리츠의 가슴에 손을 대자, 다시 온기가 느껴졌다. > >히카리는 자신이 낸 상처로 시선을 옮겼다. > >히카리는 이 땅에도, 하늘에도 상처를 입혔다. >모든 것이 무너져 평평해진 세계. >히카리는 타이리츠의 가슴에 뚫린 구멍에서 눈을 돌리기가 힘들었다. > >자신도 모르는 엄청난 힘으로 뚫어버린 그 구멍을. > >대지는 평탄했고, 하늘은 움직이지 않았다. 교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. > >검은 소녀의 등 뒤로는 폭발에 휩쓸려 반쯤 무너져내린 벽이 있었다. > >타이리츠의 몸이 막아준 덕에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. >하지만... 정작 본인은 무사하지 못했다. > >어리석은 히카리는 자신의 얼굴을 타이리츠의 얼굴 가까이 대고 결코 내쉬지 않을 숨을 부질없이 기다렸다. > >히카리는 타이리츠의 손을 더욱 세게 쥐었다. >타이리츠의 손은 힘이 풀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. > >화가 난 듯 손을 내팽개친 히카리는 손톱을 검은 소녀의 옷으로 파묻었다. >무언가 따뜻한 게 느껴졌다. 자신의 손 위로 떨어진 눈물이었다. > >눈물보다 앞서 이 손을 적셨던 온기가 무엇이었는지 히카리는 잘 알고 있었다. > >히카리의 손은 그 액체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. 그 붉은색 표면을 눈물이 붓질하듯 가로질렀다. > >차마 모를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, 그럼에도 붉은색에 뒤덮인 스스로의 손을 보자... > >히카리는 극심한 공포에 빠졌다. > >두려움에 질려 등을 꼿꼿이 세우는 바람에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. > >표정이 뒤틀리고 입술이 벌벌 떨렸다. > >깨끗한 쪽의 손으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. >그리고 더 울었다. > >그렇게 히카리는 타이리츠와 함께 땅 위로 쓰러졌다. >백색의 소녀는 붉게 물든 손을 드레스로 갖다 대었다. > >자신의 위에 엎드려있던 시체가 교회의 잔해 위로 쓰러졌다. > >자기 자신이 한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. >자기 자신이 내뱉었던 그 냉소적인 질책이. > >이런 짓은 하지 않아도 됐다. > > >...정말, 하나도 재미없다. > >더 이상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어. >그래, 평생 그 시체에 손 올려놓고 있어봐. >그러면 네 피부를 태우는 듯한 그 열이, 그 검처럼 사라지기라도 할 것 같아? > >그 아이는 죽었어. 너 때문에. 네가 죽인 거야. > >그 애가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... 정말 이해하려고 해보긴 했어? > >“이제 어떡해야 하냐”라고...? 아니, 정말 모르겠어? > >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야. >다시 일어서서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고? >이 세계가 네가 한 짓을 모두 지켜봤는데도? > >그런데 어디 갔어? 승리의 희열은 어디 갔냐고. >이겼잖아? 살아남았잖아? > >그래도 싫어? > >그 애도 살아있길 싫어했지. > >그렇다고 해서 네가 한 짓이 정당했던 걸까? >정당했다고 해도 과연 네 마음이 편해질까? > > > >너, 제정신이야? > >지금조차... > >너는 아직 너만 생각하고 있짆아. > >그 생각과 함께, 히카리의 마음은 종이로 지은 집처럼 무너져내렸다. > >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. 왼손은 여전히 시체에 올린 채. > >자책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. > >자기를 향한 책망. 자기, 자기, 또다시 자기 자신. > >수면 밑에서 맴돌던 생각이 표면으로 떠올랐다. > >...항상 이렇지 않았나? > >소녀가 깨어나자마자 그녀의 눈앞에 보인 것은 유리로 된 나비의 무리였다. >‘너무 예쁘게 날아다닌다. 줄에 달려 떠있는 걸까?’라고 소녀는 생각했다. > >무릎 꿇고 앉아 드레스의 매무새를 가다듬고 유리 나비들을 바라보았다. > >알고 보니 이것들은 나비가 아니라 유리 조각이었으며, 놀랍게도 스스로 떠다니고 있었다. >“아름다워라!” 소녀는 느낀 대로 외쳤다. > >유리 조각은 지금 소녀가 있는 이 새하얀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. > >바다, 도시, 화염, 불빛이 차례대로 보였다. >소녀는 손을 뻗어 조각들을 흐트러뜨리며 즐겁게 웃었다. > >나는 이 유리 조각들에 “아르케아”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아직 몰랐어. > >사실, 이름이 무엇이든 나에겐 상관없었어. 조각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으니까. >조각들을 만지고, 휘두르고, 바라보며 즐겼어. >그거면 충분했어. > >...충분했을까? > >사실 알고 있었잖아. 경험으로 알고 있었잖아. >사람이 진정으로 변하는 일 따윈 없다는 걸. > >여태껏 쭉, 알고 있던 사실이잖아. > > > >평생 암막은 내려오지 않을 거야. 이 이야기에 ‘끝’은 없으니까.[* 이 문장부터, 터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재생된다.] > >이 세계엔 의미가 없거든. 네가 원하던 바잖아? > >[[Arcaea/파트너#Fatalis - Testify|망자의 세계에서 외로이 눈물을 흘리는 소녀]]가 있을 뿐이야. > >그래도 변하지 않는 하나의 진실. > >이 세계에서 너를 내보낼 수도 있었던 소녀의 피와 함께 너에게 스며든 단 하나의 진실을 위안 삼길 바래. > >그래. > >이 세계는 낙원이 되었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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